황사와 미세먼지 예보를 접하면서도 단순한 '먼지'나 '흐린 날씨' 정도로 가볍게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잠시나마 먼지가 많아져 눈이 따갑거나 목이 칼칼한 '불편함' 정도이지 이것이 어떻게 '건강'과 '생사'에 연관되는지, 그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경우도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황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명, 즉 전세계 사망인구 8명 중 1명이 대기오염에 의해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와 같이 대기오염은 건강에 매우 밀접하고도 무서운 영향을, '이미' 끼치고 있다(2012년 통계기준).
이에 하이닥 공개상담실 상담의로 활동중인 분야 전문의 선생님과 함께 황사, 미세먼지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 황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7가지
황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는 중국발 원인이 30~50%, 나머지는 자동차, 공장의 배기가스, 아스팔트와 타이어의 마찰과정이나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분진, 화학발전소 등 국내요인에 기인한다(국립환경과학원 조사, 2011년).
국내 대기오염도 문제지만 특히 산업가속화로 극심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발 대기오염물질도 배가 되면서, 머리카락 단면의 40분의 1이하 크기로, 걸러지지 않고 폐 속까지 침투하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중금속(납, 카드뮴 등), 방사능물질, 다이옥신, 바이러스' 등 각종 유해물질이 건강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1. 비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후두염, 폐암 등 호흡기 질환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침투한 미세먼지는 기관지, 폐포 등에 흡착되어 염증을 유발하는데 이는 천식, 만성기관지염, 기도폐쇄 등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미세먼지는 폐 조직에서 박테리아의 불활성화 혹은 제거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기관지염, 폐렴 등 호흡기계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폐 기능이 발달하는 단계에 있는 어린이에게 영향을 주면 성인기의 폐 기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진성림 하이닥 호흡기 내과 상담의는 "죽음의 사신이라고도 표현되는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는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기 때문에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외출이 필요하다면 기능성 마스크와 안경과 모자 등으로 가리고 외출 후에는 노출된 부분을 씻어내 몸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2. 부정맥, 혈전증,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미세먼지는 전신에 분포한 혈관까지 침투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게 된다. 특히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경화된 혈관벽의 죽상판이 파열되어 혈액 응고반응을 자극한다. 이는 혈전 증가를 유발해 혈관이 막히게 되는데 심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부정맥,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을, 뇌혈관쪽에 문제가 생기면 뇌경색, 뇌출혈, 치매 등 뇌혈관 질환을 자극하게 된다.
실제로 대한고혈압학회 학술지 "미세먼지 농도와 심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과의 관련성"에 따르면 "우리나라 7대 광역도시를 대상으로 미세먼지와 심뇌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심뇌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2011년). 특히 "심뇌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사망 하루 전에 증가할수록 0.7%, 사망 이틀 전에 증가할수록 0.8% 증가했으며, 특히 65세 이상 여성인 경우 미세먼지 농도와 심뇌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에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3. 뇌졸중, 치매, 편두통 등 뇌혈관 질환
미세먼지가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과 마찬가지로 뇌출혈, 뇌경색, 치매 등 뇌혈관 질환을 자극한다. 미국 러쉬대학병원 연구팀이 1만 9409명을 대상으로 조사(2012년)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뇌 인지기능 퇴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는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오원석 하이닥 신경과 상담의도 "미세먼지로 인해 뇌혈관의 건강이 위협 받을 수 있는데, 특히 뇌경색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경동맥의 동맥 경화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악화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미세먼지가 뇌신경계에 침투하게 되면 뇌세포의 변성과 퇴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다양한 인지 기능의 저하, 뇌신경 퇴행 증상인 비특이적 어지럼증, 두통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편두통은 날씨와 같은 환경 요인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데 갑자기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아지는 저기압 날씨는 물론 미세먼지나 황사와 같은 대기오염도 편두통을 자극하는 중요한 환경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4. 혈관성 우울증, 자살률 연관
미세먼지가 뇌혈관에 염증을 유발해 손상시키고 중금속 성분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이 증가하며, 이는 자살률 증가로도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김창수 교수팀, 2012년). 연구팀은 "2004년에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4341명을 대상으로, 사망하기 3일 전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본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25% 증가할수록 자살률이 9%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혈관 손상으로 유발되는 혈관성 우울증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환자에게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건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는 "우울증이 자살률과 연관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로, 미세먼지가 우울증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최근 보고되고 있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뇌의 작은 혈관에 쌓이면서 혈관이 막히고 이로 인해 혈관성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미세먼지로 인한 불쾌한 분위기는 우울증 환자의 우울한 느낌을 악화 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한 자살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5. 눈 염증, 가려움증 등 안질환
미세먼지는 눈에도 염증을 유발해 가려움증, 눈시림, 충혈 등의 문제를 유발하며 특히 안구건조증이 있는 경우 눈물의 양이 부족해 더 치명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현승 하이닥 안과 상담의는 "미세먼지에는 대기오염물질, 중금속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눈에 염증을 쉽게 유발시킬 수 있다. 이는 알레르기 결막염, 각결막염, 안구건조증 등을 유발하여 가려움, 충혈, 눈곱, 통증 등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안구건조증 환자와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눈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눈물의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쉽게 증상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미세먼지농도가 높은 날은 외출 시 보호용 고글이나 안경의 착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6. 여드름 등 피부질환
미세먼지는 피부까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킴으로써 여드름을 자극하고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 환경부 공동연구결과 대기 중 미세먼지, 벤젠 등의 오염물질 농도가 높을 경우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되는 것이 확인돼 알레르기-임상면역학 저널(JACI)에 게재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피부질환은 염증, 감염, 알레르기 반응 등에 의해 생기는데 특히 피부염증을 반응을 자극하고 피부에 침착되는 미세먼지도 피부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단순히 미용적인 문제를 넘어 가려움증, 피부염증, 아토피 등을 자극해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강진수 하이닥 피부과 상담의는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아 모공까지 스며들기 쉬우므로 세안제, 클렌징 제품은 딥 클렌징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세안시 얼굴을 많이 헹궈 미세먼지가 최대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유분감이 많은 화장품은 미세먼지가 얼굴에 달라붙기 쉽게 만들므로 유분감이 적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7. 태아 성장 방해
이화여대 의대 하은희 교수팀의 연구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10㎍/㎥ 올라가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5.2%에서 7.4%까지 높아지고, 임신 4~9개월 사이의 사산 위험도 8.0~13.8%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는 엄마 뱃속 태아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강미지 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는 "산모의 몸 속에 들어간 미세먼지는 태반에까지 침투하여 영양분이나 산소의 공급을 방해해 태아의 뇌기능을 떨어뜨리고 지능발달과 성장발육에 영향을 주어 저체중아, 사산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하고 "임신부일수록 외출시 미세먼지 지수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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